종이책과 e-book 사이
아이를 낳고 한동안 텔레비전, 영화를 마음대로 보지 못함은 물론이고,
책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 제일 아쉬웠습니다.
읽고 싶은 책은 아이가 조금 컸을 때 자는 시간을 이용해 봤지만,
한창 재미있을 때 그만 읽어야 한다던가,
특히 새로 나온 신간은 구입하고도 잘 읽지를 못하니 책 읽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본 e-book 리더기에 꽂히고 말았던 것.
핸드폰은 눈 아프고, 종이책은 구입하고도 잘 못 읽으니 e-book 리더기로 눈도 편하게,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겠다는 포부로 언젠가 사야지 벼르던 것을
기어코 기억해 내 무언가를 받아내고야 말았습니다.(쓰고 보니 미안해 여보...)
엄마는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는 말이 핑계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필시 24/7 아이와 붙어있어보지 않은 사람일 거라 확신합니다.
뭐, 드물게 낮잠도 오~래 자주고 혼자서 잘 노는 귀염둥이랑 함께 있다면 가능할 수도.
그러나 아이가 자는 시간은 엄마의 휴식시간. 커피 한 잔 여유롭게 마시기도 어려운 게,
아이가 잘 때를 이용해 젖병 닦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가끔은 부족한 내 배도 채워야 합니다.
아, 그리고 집에 필요한 물건 장도 봐야지, 아기 용품 검색도 하고
우리 아기가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잘 크고 있는지 이따금 정보 검색도 해야 하니
핸드폰으로 책을 보려고 해도 엄마는 할 일이 생각나 바쁘기 그지없지요.
종이책만 고집하던 때가 있었는데,
아이를 낳아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 늘며
제대로 된 종이책 한 장 넘기기가 힘들어지자
선물인 듯 아닌 듯 내 손으로 이북리더기를 구입했었습니다.
E-book이 뭐예요 하던 내가
그래도 이렇게라도 책을 읽을 수 있다며
잘 이용하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디오북은 문외한...이었다가 최근에 도전해보고 있습니다.)
희한한 습성으로다가
남들 다 읽을 때, 남들 다 볼 때
안 읽고 안 보는 이상한(?) 습성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게 되는, 보게 되는
때가 오리란 걸 알고 있어서 그런 건지 어쩐 건지... 모를 일입니다.
우연히 만나 시작한 이야기

이 책도 그랬습니다-
어디서건 많이 보이는 이 책이 딱히 끌리지 않아서
한참 동안 안 보고 있다가
우연히 읽었던 <불편한 편의점> 이야기를
친구와 나누다가 추천을 받은 그날 그냥 별 기대 없이 바로 읽기 시작했더랬습니다-
모든 것이 불분명하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시기의 내 모습과 맞아떨어져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운영하는 서점인 것처럼, 서점이 있을만한 동네와 서점 안팎의 풍경을 그려가며
읽어 내려갔습니다.
일을 하는 순간에도,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요즘의 나에게 필요했던 구절이었나 봅니다.
무엇을 위해 일을 다시 시작했고
그렇게 치열하게 살겠다고 발을 동동 거렸나 싶은 순간
이따금 현타(?) 오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은 제게 말입니다.
깊은 늪 속을 유영하는 침묵 가운데
방심한 나를 훅- 뚫고 들어왔던 구절이었습니다.
그리고 위로가 되었던... 또 다른 구절
천천히 삶을 받아들일 시간,
서툴러도, 실수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게 해 준 시간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이
결코 허투루 흘리고 있는 시간이 아니라
내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아이를 재워놓고 그 긴 새벽에 이 구절을 펴두고
참 마음이 많이 먹먹했습니다.
책이 가지는 의미
책은 참 그런 것 같습니다.
가장 필요할 때 조용히 다가와
제일 시의적절한 위로를 건넵니다
그게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와
삶의 방향을 바꿀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말이지요.
그래서 어떨 땐 참 좋은 것 같고
그래서 또 다른 어떤 의미로는 책을 추천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받아들이는 이의 삶을 어떻게 이끌지 모르니까.
내게 좋았던 것이 다른 이에게는 아픔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그냥 읽고 덮으려던 책의
마지막으로 구절에서 답을 찾았고, 의외의 힘을 받았습니다.
너만의 걸음을 찾아.
너만의 보폭, 속도, 방향.
네가 원하는 대로!
무더운 어느 한낮의 오후에,
곧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마주했다면
지금 바로 시원한 커피숍에 들어가 앉아, 이 책 한 장을 펼쳐보세요.
무겁지 않게, 어렵지 않게 다가올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그랬던 것처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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